엄마가 휴가를 나온다면 정채봉(1946 ~ 2001) 하늘나라에 가 계시는 엄마가 하루 휴가를 얻어 오신다면 아니 아니 아니 아니 반나절 반시간도 안 된다면 단 5분 그래, 단 5분만 온대도 나는 원이 없겠다 얼른 엄마 품속에 들어가 엄마와 눈맞춤을 하고 젖가슴을 만지고 그리고 한 번만이라도 엄마! 하고 소리 내어 불러보고 숨겨놓은 세상사 중 딱 한 가지 ...
동해바다 강정화 고향집에서 오리(五里)길 월포(月浦)리 파도소리는 자장가였네 철들기 전부터 해거름 때 되면 알싸하던 허기로움 눈치 없이 나를 따라다니던 의아스러운 정체 숨겨온 태생적인 외로움의 시원(始原)이었으리 멀리서 우-우하며 들리는 파도 소리에 잠 깨었네 아침이면 감미롭던 파도 소리에 잠 깨었네 맑은 날 수평선으로 떠오르는 해맞이 적 두 팔 벌리고 붉...
소망 김광섭(1904 ~ 1977) 비가 멎기를 기다려 바람이 자기를 기다려 해를 보는 거예요 푸른 하늘이 얼마나 넓은가는 시로써 재며 사는 거예요 밤에 뜨는 별은 바다 깊이를 아는 가슴으로 헤는 거예요 젊어서 크던 희망이 줄어서 착실하게 작은 소망이 되는 것이 고이 늙는 법이에요 [시평] 소망(所望)은 누구에게나 있다. 크든 작든, 이룩되든 이룩되지 못하...
불경불식(不耕不食) 조승래 허리 동여매고 수없이 뽑아냈던 투명 실타래만이 삶의 전부인 줄 알았는데 허공에 쳐 놓은 그물망에 이슬이 맺히어 겹겹이 목걸이가 된 것을 발견한 새벽 그 영롱한 아름다움으로 먹는 일 외에도 다른 기쁨이 있음을 통찰한 거미는 비로소 하루를 쉬기로 한다. [시평] 그렇다. 매일매일 허리띠를 동여매고 일이나 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우리 삶...
류은경 완전소화 아침과일 습관 저자 창세기에는 생명나무와 선악나무가 등장한다. 또한 동산 각종나무가 등장한다. 하나님은 아담에게 동산 각종 나무의 실과는 마음껏 먹어도 되지만 선악나무의 실과만큼은 먹으면 죽으니 먹지 말도록 엄히 금하신다. 그러나 아담은 선악나무 실과를 먹고 생명나무가 있는 에덴동산에서 쫓겨나게 된다. 두 나무의 이름을 볼 때 생명나무의 실...
정성현 무안군 운남면 이장협의회장 상생(相生)이란 한자어 그대로 서로 사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서로가 이익을 취하고 서로가 발전됨을 뜻하는 것이지, 어느 한쪽의 희생(犧牲)을 강요하는 것이 결코 아닐 것이다. 만약 광주 군사공항이 전남의 한 지자체로 이전해 광주시도 발전하고 이전 지자체도 더 나은 환경이 조성된다면 말 그대로 상생일 것이다. 정말로 그렇다...
The Last Train 오장환(1918 ~ 1951) 저무는 역두에서 너를 보냈다. 비애야! 개찰구에는 못 쓰는 차표와 함께 찍힌 청춘의 조각이 흩어져 있고 병든 역사(歷史)가 화물차에 실리어 간다. 대합실에 남은 사람은 아직도 누굴 기다려 나는 이곳에서 카인을 만나면 목 놓아 울리라. 거북이여! 느릿느릿 추억을 싣고 가거라. 슬픔으로 통하는 모든 노선...
편지지 한 장 김정미 눈이 내리면 세상은 편지지 한 장이 됩니다 내사랑 한 번씩 이렇게 말문을 엽니다 쌓아만 두어서 사랑도 높다란 벽이더니 눈이 내리는 날에는 더러는 지우고 더러는 묻어 두고 처음 당신을 사랑하는 마음만 남았습니다. -약력- 서정문학 시부문 등단 한국서정문학작가협회 회원 송파문인협회 회원 2011년 한울 문학상 수상
이별 다리 박호영(1949 ~ ) 오대산 상원사 가는 길에 섶다리 하나 놓여 있다. 여름 홍수에 떠내려가면 가을에 다시 세워져 만남과 헤어짐이 둘이 아님을 말하는 법문(法文)의 이별 다리. 만났다고 반가워할 것도 없고 헤어진다고 슬퍼할 것도 없건만 살아오면서 나 얼마나 이 상정(常情)에 얽매였던가. 오늘 이 다리 위에 서니 만남과 헤어짐만이 아니라 이 세상...
어머니 이희숙(1964 ~ ) 아흔 어머니 홀로 뜨는 저녁술 사이사이 아기별이 반짝 빛난다. 쓴 나물 외로움의 가시풀들이 오늘은 내 몫이다. [시평] 현대로 올수록 일인가정(一人家庭)이 늘어나고 있다. 자식은 하나나 둘 정도만을 두고, 또 사람의 수명은 날로 늘어나, 게다가 배우자를 먼저 떠나보낸 노인 한 분만 사는 경우가 많다. 예전같이 집안이 북적거릴 ...
산수유 마을 장진 시인 덕진 형 고향은 구례 산동이다 산수유 열매가 무쟈 열린다는 그 동네가 고향마을 한 번 가 보고프다 샛노란 색 색 색 때갈 나는 마을 사람들 모두가 노란색이다 지나가는 처자는 흐드러지는 산수유와 어젯밤을 잘 지냈다고 흐뭇하게 웃는다. 돌담들이 이어지는 길목마다 서린 한이 있기에 외로운 사람이 그곳에 가면 더욱 서러워진다. 산수유는 애잔...
세화 고운기(1961 ~ ) 이른 새벽 눈길을 걸어 동구(洞口)를 벗어난 자의 정체는 누구나 알았다. 발길이 어디로 가서 멈췄는지 모를 뿐이다. 거칠게 끌린 발자국을 보아라. 서둘러 잰 걸음에 닮아서 식솔(食率)의 어느 얼굴을 지우려 힘겨웠는지 찍혀 있다. [시평] 세화는 제주도에 있는 지명이라고 한다. 그러나 세화는 마치 밤새 내려 쌓인 눈 위로 찍힌 발...
하승범 위드아띠 주식회사 대표이사 농촌 일손부족 해결 위한 외국인 계절근로자 운영 개선 시급! 농작업 및 농공단지 일손부족 문제해결을 위한 외국인 근로자 기숙사형 숙소 구축운영 농어촌 고령화와 일손부족해결을 위해 외국인 근로자는 반드시 필요한 인력이다. 하지만 외국인 근로자와의 상생보다는 한시적 노동자로 접근하여 계속 문제가 발생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정...
밀물 정끝별 가까스로 저녁에서야 두 척의 배가 미끄러지듯 항구에 닻을 내린다. 벗은 두 배가 나란히 누워 서로의 상처에 손을 대며 무사하구나 다행이야 응, 바다가 잠잠해서 [시평] 오래 전의 일이다. 경기도 안산에는 사리라는 이름의 작은 포구가 있었다. 지금은 시화 방조제로 인하여 육지나 습지공원으로 바뀌었지만, 이 사리 포구에 만조(滿潮)가 되는 시간...
겨울밤에 고현자 대산문학회 회장 칼바람이 문풍지를 뜯어내는 겨울이면 심장을 도려내는 겨울의 이빨은 섬뜩하도록 잿빛 기억을 잘게 씹는다 싸늘한 눈을 깜박이는 별빛 잊은 줄 알았던 목소리 처절하게도 누덕누덕 기운 적막이다 묻어야만 했던 그 날이 명치끝을 죄어 오는 계절 헤로인 같은 기억을 누이면 달빛마저 토해내는 밤이다 깊어만 가는 불치병의 비명은 말라 가는 ...
그리움 조영심 소리 없이 와도 네 소리가 가장 크다 [시평] 그리움이란 어느 의미에서 우리들로 하여금 사람답게 살게 하는, 그런 힘의 원천이 될 수가 있다. 그리움을 지니게 되었으므로, 그리움이 가슴, 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꿈틀거리며 자리하고 있으므로, 우리는 자신이 서 있는 자리만이 아니라, 머나먼 곳까지를 바라보는, 그러므로 보다 인간적인 삶을 살아갈...
그려, 그려 조병기(1940 ~ ) 곱게 물든 단풍 아래서 도란도란 이야기소리 들린다 첫눈에 반해서 영감 만나 요만큼 살았으니 복이지 그려, 그려 그 사내 앞서 보내고 자식들 살림 내주고 요만큼 사는 것도 복이지 그려, 그려 어디서 날아 왔는지 폴폴 동박새 한 마리 갸웃둥 엿듣고 있다가 지도 그려 그려요 [시평] 단풍이 곱게 물이 들었다고 한다. 그러니 계...
겨울밤 기도 김정미 이 밤 마음 둘 곳 없어 서성이는 발걸음 서럽다 하여도 살을 에이는 찬바람 맨살로 받아내고 있는 고목나무도 머지 않아 새싹을 틔울거라고 돌아설 수 없는 시간만을 탓할 게 아니라고 다독이는 손길로 다가오는 밤을 느끼게 하소서. 넉넉한 풍요와 여유 속에서도 총총걸음 맺힌 땀방울로 길가 피어난 풀꽃 한송이 떨어진 낱알 하나 아끼던 마음 있었노...
새 희망 새 출발 박민순경기 오산여울문학회장 매일 지는 태양이지만 어제 우리는 서쪽으로 낭만과 서정 그 이상의 의미로, 가는 한 해의 끝자락에서 장엄하게 지는 해넘이를 사라지는 아름다움으로 바라보며 제야(除夜)의 종소리를 들으며 가는 해를 정리하고 묵은 생각 지난날의 시름도 잊었습니다 매일 떠오르는 태양이지만 오늘 우리는 동쪽으로 꿈과 희망 그 이상의 의미...
하관 천수호 아버지께 업혀왔는데 내려보니 안개였어요. 아버지 왜 그렇게 쉽게 풀어지세요. 벼랑을 감추시면 저는 어디로 떨어집니까. [시평] 아버지는 늘 든든한 벼랑이셨다. 나에게 늘 든든한 분이시면서 내가 오르고 싶어도 감히 오르지 못하는 가파른 벼랑이셨다. 이런 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다. 평생 나를 업고 삶의 험난한 벼랑길을 걸어 오르시던 아버지께서 돌아가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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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풍천소축(風天小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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