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nu
비행기 추락 저주까지
오피니언 칼럼

[이재준 문화칼럼] 비행기 추락 저주까지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

image

아리랑에는 자신을 버리고 가는 연인에 대한 저주의 감정이 담겨 있다.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리도 못가 발병 난다고 했다. 연인에 대한 저주는 고작 발병이었다. 발병이 나면 사랑하는 이가 먼 길을 떠나지 못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우리 민족은 이처럼 착했다.

조선시대 새댁들의 한을 솔직히 담은 초평아리랑은 가사가 재미있다. 시집살이를 시키는 시부모들에 대한 솔직한 저주를 담고 있다. 그러나 착한 새댁의 그 한()마저 그리움으로 돌아온다.

시아버지 죽어서 잘 죽었다 했더니/ 왕골자리 떨어지면 또 생각나네/ 시어머니 죽어서 잘 죽었다고 했더니/ 보리방아 물부어 놓으니 또 생각나네아리랑 고개로 나를 넘겨주오무명길쌈 못한다고 나를 가라하네/ 무명길쌈 못하는 건 배우면 하지요/ 아들딸 못 낳는 건 백년 두고 웬수/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남원에서 전해 내려오는 민요 가운데는 본처를 두고 다시 장가를 가겠다는 남편 또는 아버지를 저주하는 노래가 있다. 이 민요는 첩을 얻는 남편에 대한 극단적인 증오가 담겨있다.

이원식이 장개간다/ 하도낙수 좋은 날에/ 벌린 뒤끼 차려놓고/ 열두 군사 거니리고/ 파티징내 소리나네/ ……/ 한 모링이 돌거들랑/ 진머리가 뚝뚝 아파/ 두 모링이 돌거들랑/ 속머리가 뚝뚝 아파/ 행례청에 들거들랑 오른 눈썹이 곧아지고……

삼국유사 권5 신충괘관조(信忠掛冠條)에는 신충(信忠)이 왕을 원망하는 내용의 원가(怨歌)를 지어 잣나무에 붙였더니 문득 그 나무가 말라붙었다는 기록이 있다.

효성왕이 왕이 되기 전 두 사람은 잣나무 아래에서 바둑을 두며 평생 잊지 않기로 다짐했었다. 그러나 왕은 신충을 잊은 채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신충은 저주로 원가를 지어 나무에 붙여 고사케 함으로써 서운함을 사위한 것이다.

2004년 상영된 헐리웃 좀비영화 새벽의 저주는 코믹물이다. 좀비 영화임에도 전혀 무섭지 않다. 굼벵이 같은 좀비들, 시체가 뒹구는 거리에서 사람들이 살기 위해 달아나는데도 주인공은 태연하게 단골 가게로 가서 콜라를 산다.

주인공은 여자 좀비가 집 정원에서 서성이는데도 술에 취했다고 생각해 같이 실랑이를 벌이다가 기념사진까지 찍는다. 이후 좀비 세상을 깨닫게 되지만 도망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들은 배꼽을 잡게 한다. 작가는 온통 세상이 좀비로 가득 찬 것을 희화한 것인가. 현대인들이 그것을 모르고 산다고 꼬집은 것이다.

옛날에는 저주를 중범죄로 처벌했다. 중국 고사를 보면 한 무제 연간 저주 사건이 벌어지자 극악무도한 범죄라고 친족들을 도륙했다는 기록이 있다. 조선 숙종은 희빈 장씨가 인현왕후를 끔찍하게 저주했던 사실이 밝혀지자 세자를 낳은 것을 감안하지 않고 사약을 내렸다.

최근 성공회 모 신부와 천주교 모 신부가 대통령 전용기가 추락하길 바라는 저주의 글SNS에 올려 국민들을 당혹케 했다. 성공회 신부는 사제직을 박탈당하고 가톨릭 신부도 정직 처분을 받았다. 이들이 모두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파하는 성직자들이라서 충격을 준다.

예수는 자신의 죽음을 알고 최후의 만찬장에서 열두 제자의 발을 모두 씻겨 준다. ‘내가 너희에게 한 것과 같이, 너희도 이렇게 하라고 내가 본을 보여 준 것이다.’ 신부들의 저주는 종교인의 본령을 이탈한 것으로 이들이 사제인가를 의심케 한다.

우리는 본래 착한 심성을 가진 민족이다. 악담이나 저주에 대한 반감이 크다. 국가 전복이나 세상을 혼란에 빠뜨리려는 좀비들이 발을 붙이게 해서는 안 된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채널: 천지일보
  • 전화: 1644-7533
  • 이메일: newscj@newscj.com
저작권자 © 천지일보 - 새 시대 희망언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지면구독신청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