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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의 해트트릭과 펠레의 해트트릭
오피니언 칼럼

[스포츠 속으로] 손흥민의 해트트릭과 펠레의 해트트릭

김학수 스포츠 칼럼니스트·스포츠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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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hat trick’이라는 말은 축구 경기에서 혼자서 3골을 넣는 것을 의미한다. 득점력이 뛰어난 공격수가 아니면 세우기 매우 어려운 기록이다. 원래 영국 국기인 크리켓에서 3명의 타자를 연속으로 삼진 아웃시킨 투수의 명예를 기리기 위해 선물한 모자(hat)에서 비롯된 용어라고 한다. 고도의 속임수(trick)를 써서 잇달아 상대를 틀어막았으니 최고의 명예를 받을만하다는 의미였던 것이다. 이 말은 미국 야구에서 사이클 히트를 친 타자를 일컫는 것으로도 사용됐는데 축구에서 1800년대 후반부터 현재의 의미로 쓰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축구 황제’ 펠레는 17살 때인 1958년 스웨덴 월드컵 8강전 웨일스와의 경기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해 월드컵 사상 역대 최연소 해트트릭 선수로 기록돼 있다.

지난 주말 EPL 토트넘 훗스퍼의 손흥민(30)이 가슴 시원한 해트트릭을 세워 축구팬들을 열광하게 했다. 그것도 13분 동안 세 골을 몰아쳤다. 8경기 연속 골침묵을 지키며 18일 레스터시티와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경기에서 선발 제외되는 수모까지 겪은 손흥민은 후반 교체 투입돼 13분 만에 세 골을 퍼부으며 팀의 6대2 대승을 이끌었다.한번 터지자 걷잡을 수 없었다. 그간의 부진을 단번에 털어버리는 세 골이 터졌다. 이날 골은 일명 ‘손흥민 존(zone)’으로 불리는 페널티 아크 인근 공간에서 터졌다. 양발에 능한 손흥민이 이 지역에서 감아차기 슈팅을 즐겨 붙은 이름이다. 이날 손흥민은 이 공간에서 오른발, 왼발로 한 차례씩 골망을 흔들었다. 후반 28분 오른발 감아차기 골, 39분 왼발 감아차기로 골을 성공시켰다. 후반 41분에는 자신의 강점인 빠른 쇄도를 선보이며 대미를 장식했다. 모두 손흥민의 특기를 최대한 살린 골이었던 것이다. 이날 손흥민의 해트트릭은 EPL 통산 자신의 세 번째 기록이다.

그동안 손흥민을 볼 때마다 많은 팬들은 골을 떠올렸다. 지난 해 프리미어리그에서 득점왕을 차지한 아시아 역사상 최초이자 유일무이한 선수로 자리 잡으면서 그는 어느 모로 보나 세계적인 선수로 평가받았다. 그럼에도 이번 시즌 들어 골이 터지지 않자 안타깝고 절절한 심정이 들었던 것은 그를 아끼는 많은 이들의 공통적인 모습이었다. 이번 해트트릭은 골 가뭄으로 마음고생을 했던 손흥민의 얼굴도 활짝 펴게 했던 것이다.

영국일간지 ‘가디언’은 “8경기 무득점으로 한국 국민들을 불안하게 했던 손흥민이 긴 골침묵을 끝내고 한숨을 내쉬었다. 한국의 카타르 월드컵 성적은 손흥민에 의해 크게 좌우되기에 한국 국민들의 걱정을 이해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번 해트트릭을 월드컵 최연소 해트트릭을 세운 펠레의 것과 비교해 보는 것도 손흥민 자신에게도 의미 있는 일이라 할 수 있다. 그는 일찍이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선진 축구를 배우기 위해 축구의 땅 ‘유럽’에서 기량을 닦았다. 독일 분데스리가를 거쳐 영국 프리미어리그에 서기까지는 오로지 축구만을 위한 삶을 살았다.

손흥민이 해트트릭을 3번 기록했다고 해서 그가 펠레 수준에 이르렀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잉글랜드에서 가공한 득점력을 발휘한 손흥민이 이 시대 세계 최고의 선수로 성장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고 본다. 수년전부터 본격적인 나래를 펴며 FIFA 푸스카스상을 수상한 손흥민은 세계 프로축구의 최정상인 프리미어리그에서 앞으로 더욱 발전해 펠레만큼 세계가 주목하는 선수로 성장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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