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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의 외교 참사, 정말 해도 너무 한다
오피니언 칼럼

[정치평론] 윤 대통령의 외교 참사, 정말 해도 너무 한다

박상병 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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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는 내치의 연장이다. 따라서 ‘내치의 빈곤’은 그대로 ‘외교의 무능’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현실주의 외교가 득세하고 국익을 내세운 보호주의 노선이 대세를 이룰 때는 더욱 그렇다. 국내에서 힘을 받지 못하는 지도자가 외교무대에서 주목을 받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 딱 윤석열 대통령 케이스다. 최근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장례식과 유엔총회 등 굵직한 외교무대가 열리고 있다. 마침 윤 대통령도 김건희 여사와 함께 국제 외교무대에 나섰다. 우려와 걱정이 더 많았지만 무난하게 마무리하고 귀국하길 바라는 여론도 적지 않았다. 이제 불과 다섯 달 째 접어든 임기 초의 윤 정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민의 우려와 걱정은 참담한 현실이 되고 말았다. 하나부터 열까지 무엇하나 박수를 보낼 만한 구석이 없다. 윤 대통령을 향한 맹목적인 비난이 아니다. 물론 윤 대통령도 잘 모를 수가 있다. 준비가 부족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차라리 가지 않는 것이 더 나았다. 단순히 몇 푼이라도 예산을 아끼자는 얘기가 아니다. 국민에게 희망은커녕 절망을 줄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잘 알려져 있듯이 미국·일본과는 지금 시급한 현안이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만나서 당장 얻어낼 것이 없다면 굳이 만나는 데 시간을 들일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그것이 최소한 국민의 자존심을 지키는 일이다.

윤석열 정부는 일본 기시다 총리와 ‘한일정상회담’을 갖는 데 너무 많은 공을 들였다. 일제 강제징용 노동자들의 배상 문제가 현실이 됐는데도 불구하고 마치 우리가 ‘가해 국가’처럼 이런저런 대안을 만드느라 눈코 뜰 새가 없었다. 그간 박진 외교부 장관의 굴욕적인 저자세 외교는 자괴감까지 들 정도였다. 그리고 마치 한일정상회담이 성사된 것처럼 일방적으로 발표했다가 일본 측으로부터 항의를 받는 일까지 벌어졌다. 참으로 참담한 노릇이다. 왜 이토록 한일정상회담에 매달리는지 쉬 이해하기도 어렵다.

현실은 더 냉혹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빈손 귀국이 부담이 됐던지 일본 기시다 총리가 있는 곳으로 직접 향했다. 어렵게 만나서 30분간 대화를 나눴다. 회담도 회동도 아니다. 짧은 ‘환담’에 다름 아니다. 일제 강제징용에 대한 얘기도, 그 어떤 협의를 할 시간도 없었다. 대통령실도 짧게 만남 결과를 발표했다. 앞으로 더 많이 소통하기로 했다고 말이다. 참으로 어이가 없는 일이다. 그 얘기 들으려고 지금껏 일본을 오가며, 일본 정부의 고압적 자세 앞에서 굴신하면까지 한일정상회담을 위해 동분서주 했다는 말인가. 이러고도 ‘국민의 뜻’ 운운할 수 있다는 말인가. 일본 정부가, 일본 언론이, 일본 국민이 이번 ‘사태’를 어떻게 보고 있을지를 생각하면 밤에도 잠이 안 올 지경이다.

유엔 본부가 있는 미국까지 갔으니 바이든 대통령도 만날 줄 알았다. 더욱이 바이든이 서명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시행되면서 우리 자동차 산업이 엄청난 타격을 받고 있는 시점이다. 윤석열 정부가 한미 간 ‘경제 동맹’까지 선언했지만 정작 미국으로부터는 뒤통수를 맞았다는 비판도 쏟아지고 있다. 뒤늦게 정부 대표단이 미국을 찾았지만 그저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행보처럼 보였다. 당연히 별다른 성과도 없었다. 급기야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미국을 찾았다. 여기서는 좀 다른 얘기가 나올 줄 알았다. 그러나 이것도 별 볼 일 없었다. 그래서 마침 윤 대통령이 유엔 연설을 위해 미국을 방문하기 때문에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뭔가 실마리가 모색될 줄 알았다.

그러나 이 또한 참담하게 끝나고 말았다. 한미정상회담은커녕 지나가는 길에 바이든 대통령을 만나서 48초간의 대화가 있었다고 한다. 거기서 무슨 얘기를 했느냐고 묻는 게 더 이상하다. 이쯤이면 무시가 아니라 ‘모욕’에 가깝다. 입만 열면 미국을 외쳤던 윤 대통령에 대한 예고된 역풍으로 봐야 한다. 윤 대통령으로부터 이미 ‘친미’를 약속 받은 바이든 입장에서는 굳이 따로 만나서 나눌 얘기도 별로 없었을 것이다. 한국이 서운타 하면 적절한 시기에 항공모함과 전투기를 한국에 보내서 무력시위 한 번 해주면 된다고 봤을 수도 있다. 그래도 윤 대통령은 감지덕지할 것이라고 내심 결론을 내렸을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면 외교의 무능이 아니라 참사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 이유라 하겠다.

윤석열 대통령도 아쉬웠던지 결국 해서는 안 될 말을 하고 말았다. 바이든과 짧은 대화를 마치고 나오면서 옆에 있던 박진 장관에게 “(미)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이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말하는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아무리 개별적인 대화일지라도 일국의 대통령이 던지는 표현치고는 상식 밖이다. 어쩌다가 한국이 이렇게 되고 있는지, 그저 참담한 심경을 가눌 수 없다. 윤 대통령의 이 말을 들은 미국 의회의 ‘이 XX들’, 설령 바이든이 제의를 한들 더더욱 승인해 줄 리 만무하다. ‘외교 참사’가 맞다. 대통령의 외교 행보가 지금처럼 이렇게 저평가된 것은 처음이다. 그리고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라는 점에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자괴감은 차마 말로 다 표현하기가 어렵다.

외교 참사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자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22일 “윤석열 대통령은 성과가 전무한 국제 망신 외교 참사에 대해 반드시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어떻게 무엇으로 책임을 질 수 있을 것인가. 책임은커녕 귀국 후 또 일본 탓, 미국 탓, 영국 탓 하면서 ‘남 탓’으로 목소리를 높일 것이다. 이를 비판하는 야당을 향해서는 또 ‘야당 탓’으로 돌릴 것이다. 또 어쩌면 직전 문재인 정부의 외교까지 소환할 것이다. 그렇게 한국정치는 또 갑론을박 하면서 궤변과 막말, 냉소와 저주의 언어로 정기국회를 더 뜨겁게 달굴 것이다. 우리 한국이 어쩌다가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인지, 그것이 참으로 한스럽고 원망스럽다. 이제 신발 끈을 고쳐 매고 오르던 산을 다시 내려가야 할 것 같다. 조금만 더 올라가면 참으로 좋았을 텐데, 긴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이쯤에서 묻고 내려갈 산 아래를 바라본다. 눈물이 난다. 피눈물이 쏟아지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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