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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봉투법’ 두고 노동권이냐 재산권이냐 전방위 ‘불꽃 공방’
사회 노동·인권·여성

‘노란봉투법’ 두고 노동권이냐 재산권이냐 전방위 ‘불꽃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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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천지일보 2022.08.23

올해 社→직원 530억 손배소

불법 쟁의에도 손실 안 묻는

‘노란봉투법’ 놓고 노사 대립

 

해외선 동일사례 찾기 어려워

“원하청 간 신뢰·협력이 핵심”

노동장관 “곧 실태보고할 것”

[천지일보=최혜인 기자]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이른바 ‘노란봉투법’ 논란이 최근 불꽃 공방을 벌이는 정계뿐 아니라 재계-노동계 사이에서도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노란봉투법이 불법 파업에 대한 면책 카드가 될 수 있다는 의견과 노동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과도한 손해배상을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 강하게 충돌하는 상황이다.

노란봉투법은 지난 2009년 쌍용차 해고자들에게 47억원의 손해배상 판결이 내려지자 이들을 돕기 위한 시민 성금 4만 7000원이 노란 봉투에 담겨 전달된 데에서 유래됐다. 기업들이 파업 노동자를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손배소·가압류를 악용하는 것을 막자는 취지다. 

최근에는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노동조합 파업을 계기로 입법 논의가 본격화했다. 지난 7월 대우조선해양이 파업을 벌인 하청 노조를 상대로 47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내면서 노란봉투법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이어 하이트진로 노사 간 취하하기로 합의하면서 일단락되긴 했지만, 당시 본사를 점거 농성했던 노조원들에게 사측이 28여억원에 달하는 손배소를 제기한 것도 법 개정 논의에 불을 지폈다.

노란봉투법 개정은 파업 노동자들에게 손해배상 소송과 가압류를 제한하는 내용의 노동조합·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안을 일컫는다. 해당 개정안은 ‘원청의 사용자 책임 인정’을 골자로 ‘노동관계법상 보호의 필요성이 있는 특수고용노동자를 근로자의 범위에 포함한다’(노동조합법 2조 1호)와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 이외에 노동관계법상 사용자에 해당하는 자의 범위를 명확히 한다’(2조 2호)라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또 ‘폭력이나 파괴로 인한 직접 손해를 제외하고는 노조 또는 근로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하고, 특히 그 쟁의 행위 등이 노조에 의해 계획된 것이라면 개별 근로자에게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한다’(3조 1항·2항)라는 ‘손배가압류 금지’ 내용이 새로 추가됐다. 하지만 이를 두고 경영계는 헌법상 기본권인 사용자의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며 법 개정을 반대하고 있다.

◆재계-노동계, 법 두고 또 충돌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은 최근 경영계를 대표해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을 만나 “노란봉투법은 우리 헌법 정신에 맞지 않는다”며 “노동 3권이 헌법상 보장된 권리지만 정당한 쟁의 행위가 아니라 불법 쟁의 행위까지 면책하는 것은 또 다른 헌법상 기본권인 사용자의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노조의 불법 행위를 보호하는 부당한 결과를 초래해 우리 경제 질서를 심각하게 훼손할 것”이라며 “불법 행위자가 피해를 배상하는 것은 법질서의 기본 원칙인데 개정안은 오히려 불법 행위자를 과도하게 보호하면서 사용자에게만 피해를 감내하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총에 따르면 프랑스의 경우 과거 1982년에 노란봉투법과 유사한 입법이 있었으나, 곧바로 헌법위원회로부터 위헌 결정이 나서 시행되지 못했다. 독일에서도 노조가 정당하지 않은 파업을 한 경우 노조와 근로자에게 기업이 영업권 침해를 이유로 손배 청구를 할 수 있다. 입법 근거로 제시되는 영국의 경우에도 노동운동 시 불법 행위가 있으면 노조는 민사적 책임, 노조원은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다. 다만 불법 행위 시 노조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상한만 있을 뿐 손해배상 청구 자체를 금지하지 않고 조합원 개인에 대한 상한 제한이 없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노란봉투법이 ‘손해배상 청구 금지법’이라는 경영계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는 주장도 나온다. 노란봉투법이 불법 쟁의행위까지 면책하자는 것이 아니라 노조의 합법적 단체교섭과 단체행동 범위를 지금보다 확대하자는 게 핵심이다. 현행 노동조합법도 합법 쟁의행위에 대한 사용자의 손해배상을 금지하는 조항을 두고 있지만, 허용하는 노조의 단체교섭·단체행동 범위가 좁다 보니 노조가 실질적인 변화를 끌어내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이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한다.

경영계와 달리 노조·시민사회단체와 야당은 19대·20대 국회를 포함해 그간 계속 미뤄져 온 만큼 법 개정을 통해 노동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과도한 손해배상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 민주노총과 참여연대, 민변 등 93개 노조 및 단체와 정의당·노동당·녹색당·진보당 등 4개 정당은 지난 14일 ‘노란봉투법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를 출범하고 ‘노동 3권 무력화하는 손배·가압류 금지’ 운동에 나섰다. 

운동본부는 “원청 기업의 무분별한 손배가압류, 무책임한 교섭 회피로 인해 권리를 박탈당한 노동자들이 즐비하다”며 “교섭에 대한 사용자 책임은 회피하면서 노동자들의 정당한 쟁의를 억제하고, 나아가 노동조합 활동을 전면 탄압하는 원청 기업의 반노동·반인권적 행태를 이제는 바로잡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에 따르면 올해 530억원의 손해배상을 포함해 지난 30여년 동안 누적 손해배상청구액은 3160억원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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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정의당 이은주 비상대책위원장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개정안)’ 발의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노란봉투법은 파업한 노동자나 노동조합에 대한 회사의 손배가압류를 제한하는 법이다.

◆“원하청 구조도 사태 악화 한몫”

노조 간 극단적 충돌이 유독 원하청 사이에서 많이 발생하는 이유로는 단순한 처우개선 문제가 아니라 경제·업계 불황 등에 더해 원청-하청이라는 구조에서 오는 고질적인 문제까지 겹쳤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최근 악화하는 경기침체 피해가 아래로 몇 단계나 하도급을 주는 국내 산업구조와 맞물려 하청 업체들이 상당 부분 떠안게 되고 그 피해가 하청으로 갈수록 가중된다는 것이다. 하청 기업이 튼튼해야 원청 기업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만큼 원·하청 간 신뢰와 협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천지일보에 “원하청 간에 원청이 얼마나 하청을 대우해줬는지, 경기가 좋을 때도 보수를 깎기만 한건지 등 구조적인 부분에서 생기는 문제가 많다”며 “원하청 간의 신뢰·협력관계를 이루는 것이 핵심사안”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원하청 구조 속에서 최근 노조 협상이 당사자가 아닌데 협상하는 형태가 이뤄지고 있다. 산업 구조적인 차원에서 해결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하다 보니 불법까지 벌어지게 된다”며 “먼저는 모든 것이 합법적인 테두리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 그리고 노사 자율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노란봉투법과 관련해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우리나라 다수의 노조는 합법적 쟁의행위를 할 경우 언제든지 민·형사상 면책이 된다”며 “그럼에도 현재 불합리한 부분이 있어 입법 논의를 하겠다는 것인데, 이제 입법의 시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위헌의 소지는 없는지 사법 체계상 모순되는 것은 없는지와 함께 우리나라 노사관계 시스템 전체를 봐야 한다”며 “교섭 창구 단일화 문제부터 시작해 힘의 대등성 문제, 전반적으로 아귀가 맞는 설계를 해야 하는 등 복잡한 쟁점이 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파업 노동자에 대한 손해배상·가압류 사례를 분석하고 있는데, 국회에서 입법 논의하는 데 차질 없도록 이른 시일 내에 실태를 보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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