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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근로자 휴대폰 사용금지 논란… “긴급상황시 필요” vs “작업 시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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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in] 현장 근로자 휴대폰 사용금지 논란… “긴급상황시 필요” vs “작업 시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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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물류센터 전경. (제공: 쿠팡)

‘휴대폰 반입금지’ 쿠팡센터

직원 수백명 피해사례 나와

인권위 “개인통신 자유 침해”

 

인권위 결정 놓고 다른 해석

“쿠팡 사내지침 바꾸라는 것” 

“반입제한, 차별 아니란 취지”

[천지일보=최혜인 기자] “장애인인 어머니가 집안에 화재경보가 계속 울려 제게 전화했는데 일하느라 받질 않자 오른쪽 마비인 몸으로 휠체어를 타고 탈출하려 한 적이 있었어요. 전화가 닿았다면 경비실에 요청해 안심시켰을 텐데 일할 때 비상연락도 안 되니 너무 힘듭니다.”

최근 물류센터 직원들에 대한 쿠팡의 휴대폰 반입과 사용금지 방침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노동자들은 가족이 아플 때 등 외부에 위급한 상황이 생겼을 때나 일하다가 위험한 상황에 처했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없기에 인권침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회사는 돌발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사고를 방지하는 데 필요한 부분이라고 맞선다.

실제 쿠팡에서 일하는 700명이 넘는 노동자들은 휴대폰 반입금지로 인한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 한 현장 직원은 “할머니가 돌아가셨는데도 퇴근 후 연락받게 돼 부랴부랴 내려갔던 적이나 아이들이 일이 있을 때 퇴근 후 알게 된 일이 있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현장 근무자들은 “부모님이 교통사고 당하셨을 때 바로 연락받을 수 없어 대처하기 어려웠다”라든지 “4살 아이가 유치원에서 2도 화상을 크게 입었는데 휴대폰을 쓸 수 없어 방치된 채 한나절을 보냈다. 지금 생각해도 울컥한다”거나 “조카가 하늘나라로 갔는데 점심시간이 돼서야 알게 됐다. 긴급상황을 위해 휴대전화 반입은 꼭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일하던 중 위급한 상황이 발생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사례도 나왔다. 한 현장 직원은 “근무 중 정전이 되거나 엘리베이터에 갇힐 때, 코로나로 인해 조기 퇴근해야 할 때 등 돌발 상황에도 연락이나 손전등, 인터넷 검색 등 그 어떤 방법도 취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또 “현재 휴대폰을 소지하고 근무하는 사무실 직원들과의 형평성도 안 맞는다”라거나 “학생도 아니고 다 큰 성인이 회사에 일하러 와 폰 반입을 못 한다는 거 자체가 인권침해”라는 의견도 나왔다.

이러한 사례를 바탕으로 쿠팡 물류센터 노조는 지난 7월부터 이달까지 일방적인 휴대폰 반입금지 지침 철회를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였다. 그 결과 2달간 총 736명(오프라인 561명·온라인 175명)의 서명을 받아 국가인권위원회에 민원을 접수하기도 했다.

반면 쿠팡 측은 이러한 정책을 바탕으로 쿠팡 물류센터 운영 이래 지난 10년간 작업 중 사망사고가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는 등 모범 사례로 평가되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지난 2020년 칠곡물류센터, 지난해 동탄물류센터·덕평물류센터에서 발생한 원인미상 혹은 화재 관련 4건의 사망 사고는 제외시켰다.

물류센터 내 휴대폰 반입은 허용하고 있지만 기계장비 등이 사용되는 작업공간에서의 휴대폰 사용은 돌발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한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폰 반입금지 국가기관 첫 판단

각종 피해사례가 나오고 사회적으로 논란이 일자 국가인권위원회는 최근 쿠팡의 지침이 개인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한다고 보고 관련 규정을 바꿀 것을 권고했다. 쿠팡 측 정책이 과잉금지 원칙에 어긋나고 통신의 자유도 침해한다는 판단인데, 이는 현장 근로자들의 휴대폰 반입금지 문제에 대한 국가기관의 첫 판단이다.

국가인권위는 지난 13일 차별시정위원회를 열고 이 문제를 논의한 결과 원칙적으로 휴대전화를 소지할 수 있도록 관련 지침을 개정하라는 의견표명을 냈다. 즉 쿠팡 사내 규정을 바꾸라는 의미다. 다만 이 사건이 조사 대상에 해당하지 않아 사건 자체는 각하하기로 결정했다.

사건이 각하된 한 배경에는 ‘비교 대상’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 작용했다. 인권위가 차별사건을 처리할 때는 차별받는 대상과 대비되는 비교 대상이 명확해야 하기 때문이다.

노조 측 주장처럼 계약직 근로자만 휴대폰 반입을 금지하고 나머지는 허용한다면 차별사건 대상이 될 수 있지만 이번 사안은 그렇지 않다고 판단했다. 계약직도 일부는 휴대폰 반입이 허용됐고 관리직 일부도 휴대폰 반입이 금지되는 경우가 있어서다.

하지만 이를 두고 노사와 회사는 서로 다른 의견을 내놨다.

노조 측은 “반인권적인 쿠팡물류센터 작업장 내 핸드폰 반입금지 정책에 대한 개정 취지의 의견표명에 환영을 표한다”며 “군대에서도 병사들의 휴대전화 사용이 가능한 시대다. 쿠팡의 반인권적이고 시대착오적인 태도를 규탄하며 쿠팡은 관련 정책을 즉각 개정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반면 쿠팡은 “쿠팡 풀필먼트서비스 물류센터의 작업공간 내 휴대전화 반입 제한은 차별이 아니라는 취지로 인권위가 진정 사건을 각하했다”고 해석했다. 이를 두고 잘못된 해석을 내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비교 대상이 같지 않아 조사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각하했으나 의견표명 형태로 쿠팡의 휴대전화 반입금지 정책을 수정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는 것이다. 인권위는 국가인권위원회법상 조사 대상으로 다룰 수 없을 경우 사건을 각하하더라도 인권 보호를 위해 필요하면 관련 정책·제도에 대해 의견표명을 할 수 있다.

쿠팡 측은 물류센터 특수성 상 작업공간 내 휴대전화 반입을 전면 허용할 경우 안전사고가 증가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사내 규정을 바꾸라는 권고에 대해 ‘지금으로선 말할 단계가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한편 쿠팡과 유사한 컬리와 쓱닷컴의 경우 물류센터 작업장에 휴대폰 반입과 사용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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