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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안부-나태주
오피니언 투고·기고

[마음이 머무는 詩] 가을 안부-나태주

가을 안부

나태주(1945 ~ )

 

골목길이 점점 환해지고

넓게 보인다

도시의 건물과 건물 사이가

점점 성글어진다

 

바람 탓일까

햇빛 탓일까

아니면 사람 탓일까

 

그래도 섭섭해하지 말자

우리는 오래된 벗

너 거기서 잘 있거라

나도 여기 잘 있단다

 

[시평]

추석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가, 아침저녁으로 제법 가을 냄새가 난다. 여름의 무더위와 축축한 장미, 그리고 무성한 나뭇잎들, 그래서 더욱 빽빽하게만 보이던 산이며, 나무며 거리가, 이제는 왠지 성글어져 훤하게 보인다. 이것이 바로 가을의 여유로움이 아니겠는가.

이러한 가을이 지닌 여유로움과 함께 그 간 잊고 살았던 사람들이 새삼 새롭게 떠오른다. 새삼 그들의 안부가 궁금해진다. 그래서 그런가, 골목길이 왠지 조금씩 환해지고 있는 듯 보인다. 조금은 넓어진 듯이 보인다. 도시의 건물과 건물 사이도 더욱 성글어진 듯 보이는 이 가을의 선선함.

이 가을의 선선함, 그러므로 다가오는 여유로움으로 잊었던 친구들의 안부가 궁금해져, 그 간 서로 연락을 못했어도 섭섭해 하지 말자. 우리는 오래된 벗 아닌가. 너 거기서 잘 있거라. 나도 여기 잘 있단다. 가을은 오랫동안 잊었던 그리운 이에게 안부를 전하고 싶어지는 계절. 이 가을 우리 모두 더욱 가까이, 가까이 다가가는 사람들이 되자. 가을의 선선함과 그 여유로움을 마음에 그윽하게 지니고.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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