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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 - 이건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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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머무는 詩] 소금 - 이건청

소금 

이건청(1942 ~ )

 폭양 아래서 마르고 말라, 딱딱한 소금이 되고 싶던 때가 있었다. 세상에서 제일, 쓰고 짠 것이 되어 마대 자루에 담기고 싶던 때가 있었다. 한 손 고등어 뱃속에 염장 질려 저물녘 노을 비낀 산굽이를 따라가고 싶던 때도 있었다. 형형한 두 개 눈동자로 남아 상한 날들 위에 뿌려지고 싶던 때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 나는 이 딱딱한 결정을 버리고 싶다. 해안가 함초 숲을 지나, 유인도 무인도를 모두 버리고, 수평선이 되어 걸리고 싶다. 이 마대 자루를 버리고, 다시 물이 되어 출렁이고 싶다.

 

[시평]

소금은 역사상 가장 오래된 필수 식품 중 하나이다. 또한 인류에게 늘 중요하게 요구되던 물품 중의 하나이기도 했다. 소금은 모든 맛을 내는 데에 절대로 필요한 식품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러한 소금이 지닌 짠맛과 함께 예로부터 우리나라에서는 부정함을 정화하고 잡귀를 쫓아낸다고 믿었다. 오늘날에도 집이나 가게에 재수 없는 사람이나 못된 사람이 왔다 가면, 소금을 뿌리는 관습이 남아 있다.

성경에도 ‘빛과 소금’이라는 말이 나온다. 따라서 소금은 그 짠맛과 함께 우리 인류에게 꼭 필요한 것이며, 꼭 필요한 것의 상징이 되기도 한다. 바로 이런 소금과 같은 존재가 되고 싶었다고 시인은 토로한다. 세상에서 제일, 쓰고 짠 것이 돼 마대 자루에 담기고 싶던 때가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한 손 고등어 뱃속에 염장 질려, 고등어가 상하지 않게 하듯이, 썩지 않는 세상을 만들고 싶었다고 토로한다.

그러나 지금은 이 딱딱한 결정을 버리고 싶다고 노래한다. 무엇을 하겠다는, 일컫는바 세상을 바꾸겠다는, 정의에의 결의 등의 심각하고 무거운 삶을 이제는 내려놓고 싶은 나이가 됐음을 시인은 스스로 고백한다. 그러므로 이 세상의 소금이 되겠다는, 그 딱딱한 결정이 되겠다는 결의의 무거운 마음일랑 내려놓고 싶다고 말하고 있다. 그리하여 유인도 무인도를 모두 버리고, 저 먼 수평선에 걸려서 다시 출렁거리는 물과 같이, 모든 것을 내려놓을 수 있는, 그런 삶을 살고 싶다고 토로하고 있다.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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