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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시’ 작가 루슈디에 대한 테러… 표현의 자유를 테러하는 것이다
오피니언 사설

[천지일보 사설] ‘악마의 시’ 작가 루슈디에 대한 테러… 표현의 자유를 테러하는 것이다

이슬람 신성모독 논란을 일으킨 소설 ‘악마의 시’를 쓴 인도계 영국 작가 살만 루슈디(75)가 13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주 강연을 앞두고 흉기에 찔려 중상을 당했다. 루슈디는 피습 직후 헬기에 실려 병원으로 후송됐다. 긴급 치료 후, 인공호흡기를 떼고 대화할 수 있는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에서 체포된 사건 용의자는 이슬람 시아파 극단주의자인 하디 마타르(24)로 2급 살인미수와 흉기를 이용한 폭행 혐의로 다음날 기소됐다.

루슈디는 1998년 출간한 ‘악마의 시’에서 선지자 무함마드를 불경하게 묘사했다는 이유로 이슬람권의 거센 비난을 받아왔다. 당시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는 사실상 루슈디 처형 명령을 내렸다. 이번 범행의 동기는 아직 분명히 드러나지 않았지만, 그의 이슬람 종교 비판에 불만을 품은 맹렬 광신도가 자행한 것으로 보인다.

뉴욕주 셔터쿼 카운티의 제이슨 슈미트 지방검사장은 14일 법원에서 열린 기소 인정 여부 절차에서 “이번 사건은 루슈디를 겨냥해 사전에 계획된 이유 없는 공격”이라며 루슈디가 흉기에 10차례 찔렸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범인에 대한 보석을 불허해달라고 주장하면서 ‘파트와(이슬람 종교 지도자가 율법 해석에 따라 내리는 일종의 포고령)’가 동기일 가능성을 시사했다.

파트와는 ‘악마의 시’ 출간 당시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 당시 이란 최고지도자가 무슬림들에게 루슈디의 살해를 촉구한 것과 관련이 있다. 일부 이슬람 단체들에 의해 300만 달러 이상의 현상금이 내걸렸던 루슈디는 이후 신변에 위협을 받으며 오랜 세월 은신했다. 이번 범행은 2016년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고 뉴욕시에 거주하며 집필 활동을 하려던 루슈디가 내년 2월 새 소설 ‘빅토리 시티’의 출간을 앞두고 망명 작가와 예술가들의 피난처로서 미국의 역할을 주제로 한 대담을 가진 자리에서 발생한 것이다.

그동안 루슈디의 책을 번역한 이들에 대한 테러는 줄기차게 이어져 왔다. 1991년 7월 일본 쓰쿠바대 교정에서 발생한 ‘악마의 시’ 일본어판 번역가 이가라시 히토시 피살 사건이 대표적이다. 1993년 7월에는 튀르키예(터키) 소설가인 아지즈 네신이 소설 발췌 부분을 번역해 현지 신문에 실었다가 투숙하던 호텔 방화를 피해 탈출했다. 그해 10월에는 노르웨이판 ‘악마의 시’를 낸 윌리엄 니가드가 노르웨이 오슬로 자택 근처에서 세 차례 피격당한 일도 있었다.

무슬람 가정에서 자라난 이민자인 살만의 이 소설은 이슬람교에 대한 신성 모독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 통상적인 견해이다. 하지만 이슬람권의 일부 극단주의자들은 자극적인 언동을 구사하며 그에 대한 분노가 일어나도록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표현의 자유는 인간의 기본권의 하나이다. 표현의 자유는 명예혁명을 이끌어낸 영국의 자유주의 사상과 프랑스 혁명을 낳은 계몽주의 철학자들에 의해 본격적으로 제기됐다. 미국 연방수정헌법 제1조와 유엔 국제인권규범에 명시돼 있기도 하다. 표현의 자유에 대한 논쟁은 있을 수 있지만 무도한 폭력을 써서 표현의 자유를 막거나 제한하는 것은 인간의 천부적 권리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것밖에 달리 설명할 말이 없다. 루슈디에 대한 테러는 표현의 자유 그 자체를 테러하는 범죄로 규탄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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