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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의 캐나다 방문은 무얼 남겼나
종교 천주교

프란치스코 교황의 캐나다 방문은 무얼 남겼나

기숙학교서 벌어진 아동학살
엿새간 피해자 돌며 사죄
“가톨릭 책임 인정하고 분노”
과거 잘못 거듭된 사과
가톨릭 개혁 행보 일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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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이 25일(현지시간) 캐나다 앨버타주 매스쿼치스에서 원주민 공동체와 만나 사과문 발표 후 받은 원주민 머리 장식을 쓰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원주민들을 만나 캐나다 원주민 아동 학살 등 과거 교회가 저지른 악행에 대해 사과했다. (출처:AP/뉴시스)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프란치스코 교황은 캐나다를 방문해 지난주 내내 과거 가톨릭 기숙학교들의 원주민 아동학대에 대해 사죄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20175월 공식 사과를 요청한 이후 5년여만에 공식 사과가 이뤄지게 됐다. 

캐나다 `원주민 아동 집단학살` 사건은 정부와 종교가 개입돼 자행된 비극으로 기록되고 있다. 캐나다 가톨릭교회는 정부가 19세기부터 1970년대까지 원주민들을 백인사회에 동화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한 기숙학교를 위탁 운영했는데 학교 기숙사 터에서 원주민 아동 유해가 발견돼 캐나다 전역에 충격을 안겼다.

이들 학교에서는 원주민 아동을 부모와 강제로 분리, 아이들이 모국어를 사용한다는 이유로 구타를 하는 등 신체적 학대가 만연했던 것으로 조사 결과 드러났다. 특히 유년기 가족과 단절에서 발생하는 정서적 불안으로 아이들은 고통받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정서적, 성적 학대가 유약한 아이들을 상대로 자행됐다.

작년 5월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캠프루스 근처에서 지상 투과 레이더를 사용해 발견된 215개의 무덤이 발견된 이후 원주민 기숙학교 부지 3곳에서 총 1200구 이상의 원주민 아동 유해가 발견됐다. 

여태 기숙 학교에서 집계한 공식 사망자는 3201명이다. 당시 보건·의료 체계가 열악한 점을 고려하더라도 같은 또래 사망률을 훨씬 웃도는 수치다. 확인된 사망자가 이 정도라서 실제는 더 많으리라는 전망이 붙는다. 암매장 상태로 발견된 시신이 수천구로 파악되면서 이러한 추측에 더욱 힘이 실린다. 현재까지 실종자는 1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파문이 커지자 캐나다 정부가 먼저 공식 사과에 나섰다.  이어 종교 역시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1980년부터 90년대까지 개신교인 연합교회, 성공회 등이 책임을 인정하고 공식 사과에 나섰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 41일 바티칸을 찾은 캐나다 원주민 대표들을 만나 가톨릭교회 구성원의 개탄스러운 행위에 대해 주님께 용서를 구한다고 사과하며 기숙학교 부지를 방문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 24일부터 엿새간 캐나다를 찾은 교황은 주요 피해자를 만나 일일이 사죄했다.  이번 캐나다 방문을 참회와 속죄의 순례라 규정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25일 캐나다 앨버타주 매스쿼치스의 기숙학교 부지를 찾아 그토록 많은 기독교인이 캐나다에서 원주민에게 악행을 저지른 데 대해 겸허하게 용서를 구한다”고 공식 사과한 것을 시작으로 방문지마다 원주민들을 만나 거듭 몸을 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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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이 25일(현지시간) 캐나다 앨버타주 매스쿼치스의 묘지를 방문해 기도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원주민들을 만나 캐나다 원주민 아동 학살 등 과거 교회가 저지른 악행에 대해 사과했다. (출처:AP/뉴시스)

프란치스코 교황은 26일  앨버타주 에드먼턴에서 수만명이 모인 가운데 열린 야외 미사에서도 다시 한번  진심으로 죄송합니다”라며 가톨릭 교회가 선교 명목으로 원주민 아이들을 학대한 사실에 대해 사과와 용서를 구했다. 원주민 대표는 교황에게 깃털 머리 장식을 선물했고, 교황은 감사를 표하며 장신구를 직접 착용했다.  

그러나 일부 피해자단체 등은 교황이 많은 기독교인의 잘못만 언급했을 뿐 로마 가톨릭 교회가 원주민 동화 정책을 지지하고 유럽의 식민지 정복을 지지한 것 등에 대한 조직적 차원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는 불만을 제기했다. 

이에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27일 교황과의 만남에서 로마 가톨릭 교회는 교회가 운영했던 기숙학교에서 원주민 아이들이 겪은 정신적, 문화적, 정서적, 육체적, 성적 학대와 관련해 수행한 역할에 대해 책임있는 조직체로서 사과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캐나다 마크 밀러 장관은 교황이 조직으로서의 가톨릭 교회에 대해서 거론하지 않은 점에 대해 지적하기도 했다. 

트뤼도 총리는 가톨릭 교회가 원주민 피해 생존자를 위해 더 많은 것을 해야 한다며 이번 교황의  사죄 행보가 피해 생존자들에게 엄청난 영향이었지만 첫걸음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교황 역시 이번 사과 방문이 치유의 첫 걸음이 될 것이라 밝히며 “모든 캐나다 사람과 함께, 진실과 정의에 따라, 치유와 화해를 위해, 끊임없이 희망을 품고, 인내심을 갖고 형제적 여행을 지속하는 데 캐나다 지역의 가톨릭 교회와 함께 노력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사과 행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칠레 등 전 세계에서 불거진 사제들의 성추문·성폭력을 시작으로 유럽의 남미 식민지배 시절 가톨릭교회가 원주민에게 저지른 범죄, 이탈리아 파시스트 정권 때 가톨릭의 오순절 교회 박해, 일부 가톨릭 성직자 등이 가담한 1994년 르완다 대학살, 동방·서방 교회의 분열 등 수많은 사안에 대해 교황은 머리를 숙이고 용서를 구했다.

가톨릭이 신앙의 이름으로 저질렀던 과오에 대한 참회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행보는 개혁 행보의 일환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취임 때부터 바티칸의 부정부패를 뿌리 뽑겠다며 교황청의 금융자산과 부동산 등을 공개하고 가톨릭 교회의 해묵은 논란이었던 성직자 성범죄 해결에 앞장서는 등 개혁 교황으로 불리고 있다.

한편 바티칸뉴스에 따르면 교황은 캐나다 방문을 마치고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내 나이와 건강 상태를 고려했을 때 교회에 봉사하려면 에너지를 아껴야 할 것 같다며 물러나는 것도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임은) 이것은 재앙이 아니다. 교황은 바뀔 수 있다”며 “제한적이긴 하지만 지금은 문제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는 교황이 사임 의사를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으로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해석된다. 85세 고령인 교황은 최근 무릎 통증이 심해져 휠체어를 타고 미사 등 사목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교황은 무릎 통증 여파로 지난 6월 레바논을 시작으로 지난달 콩고민주공화국, 남수단 등 방문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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