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1천명 대상 설문조사
비정규직 절반 소득감소 경험
실직 경험도 정규직 5배 달해
“정부, 재난실업수당 신설해야”
[천지일보=최혜인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이로 인한 영향이 정규직보다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더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와 공공상생연대기금은 직장인 1000명(정규직 600명·비정규직 400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와 직장생활 변화’ 설문조사 결과를 24일 발표했다.
먼저 코로나19가 처음 발생했던 지난 2020년 이후 실직 경험에 대해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15.4%로 집계됐다. ‘실직 경험이 있다’고 답한 비정규직은 10명 중 3명 꼴인 29.5%로 정규직의 6.0%보다 5배 가까이 높았다.
이 기간 ‘소득이 줄었다’는 응답은 28.4%였으며 비정규직(50.5%)은 정규직(13.7%)보다 4배가량 높았다. 비정규직의 절반이 소득감소를 경험한 셈이다. 소득감소 경험은 월 150만원 미만(50.9%)과 5인 미만 사업장(40.5%) 등 경제적 약자가 많았다.
코로나19 진단 검사에서 ‘확진된 경험이 있다’는 응답이 35.3%로 나타났는데 확진 시점은 올해인 2022년(91.8%)이 대다수였고 올해 중에서는 3월(44.5%)과 4월(26.3%)이 가장 많았다.
코로나19에 확진됐다는 응답자 353명에게 출근하지 않는 기간 근무 형태에 대해 물어본 결과, 추가적 유급휴가휴업(34.0%), 무급휴가휴직(21.2%), 재택근무(19.3%)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그러나 코로나 유급휴가 사용 비율은 정규직(45.0%)이 비정규직(15.3%)에 비해 3배가량 높았다. 반대로 코로나 감염 후 무급휴가를 쓴 비율은 비정규직이 37.4%로 정규직(11.7%)보다 3배 이상 많았다. 코로나에 감염되면 정규직은 별도 유급휴가, 비정규직은 무급휴가를 쓰는 경우가 각각 상대적으로 잦았다. 코로나 감염으로 소득이 줄었다는 응답은 31.4%였으며, 비정규직(52.7%)이 정규직(18.9%)에 비해 3배 가까이 많은 것으로 나왔다.
코로나 유사증상이 있다는 응답자 549명의 경우 ‘추가적 유급휴가’(16.2%)와 ‘유급연차휴가 소진’(23.3%)를 더해 39.5%가 유급휴가를 사용했다. 정규직은 47.4%가 유급휴가를 사용해 비정규직(27.9%)보다 현저히 높았다. 반면 무급휴가 비율은 비정규직이 36.9%로 정규직(14.1%)보다 월등히 많았다. 이에 따라 정규직은 코로나 유사증상으로 14.4%만이 소득이 줄었다고 답한 반면, 비정규직은 3배가 넘는 45.5%가 소득이 감소했다고 응답했다.
코로나 유전자검사(PCR)를 받은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PCR 검사 경험이 있는 응답자는 772명이었으며, 이때 근무형태는 유급 휴가휴업(22.7%), 무급휴가휴직(20.6%), 재택근무(20.3%) 순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정규직은 50.7%가 별도 유급휴가 또는 연차휴가를 쓴 반면 비정규직은 26.0%만이 사용했고, 무급휴가 사용 비율은 비정규직(36.3%)이 정규직(13.7%)의 3배에 달했다. 그 결과 정규직은 11.6%만이 소득이 줄었으나 비정규직은 그 4배인 44.1%가 소득이 감소했다.
코로나 펜데믹 상황이 이어지면서 정신 건강 또한 비정규직이 정규직보다 크게 악화했다.
지난 2주간 기분이 가라앉거나 우울하거나 희망이 없다고 느꼈냐는 질문에 정규직(40.7%)보다 14% 많은 비정규직(54.7%)이 우울증을 경험했다. 수면장애 경험은 정규직 51.8%, 비정규직 62.2%였고, 자학은 정규직 32.0% 비정규직 44.5%, 극단적 생각 정규직 14.0%, 비정규직 28.0%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재택근무를 한 적 있는지에 대해 ‘있다’고 답한 이들은 34.8%로 나타났는데 공공기관(54.3%), 월 500만원 이상(55.9%), 사무직(46.8%), 정규직(38.3%) 등이 평균보다 높았다. 재택근무 경험자들을 대상으로 그 만족도를 물어본 결과 ‘만족한다’는 응답이 83.3%로 높게 나타났다. 이와 달리 지난 4월 거리두기 해제 이후 직장생활 관련 영역별로 걱정되는 정도에 대해 ‘걱정된다’고 답한 이들은 ‘노동강도 심화’(48.3%), ‘회식·노래방 등 모임 확대’(42.7%) 등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권두섭 변호사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실직·소득감소 등 피해가 집중된 계층은 프리랜서나 특수·간접고용 등 비정규직과 5인 미만 작은 사업장 노동자들로 확인된다”며 “고용보험 제도의 밖에 놓여 있는 만큼 정부는 이들에게 최저임금의 70%를 6개월간 지급하는 재난실업수당을 신설해야 한다”라고 요구했다.
직장갑질119 관계자도 “홍수가 마을을 휩쓸고 지나가면 정부가 나랏돈으로 마을을 재건해야 한다”며 “코로나19가 대한민국을 휩쓸었다. 대기업·공공기관·정규직 노동자들만 유급으로 보상받고 비정규직은 실직, 소득감소, 무급휴직 등 고통을 떠안았는데 이들을 보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조사는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달 10∼16일 온라인으로 이뤄졌다.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