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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락 - 홍일선
오피니언 투고·기고

[마음이 머무는 詩] 벼락 - 홍일선

벼락

 홍일선(1950 ∼ )

먹구름 속

쿠르릉 번쩍……희디흰 섬광 벼락꽃께서

야만의 마을에 심방 나오셨습니다

세상은 순식간 무명으로 가득 차

아직 거짓을 모르는

보랏빛 도라지꽃만 오롯하셨는데

시를 써서 세상을 숱하게 기망한

나는 숨을 데를 찾는 것이지만

사방에서 끈달아 쿠르릉 번쩍! 번쩍!

이놈 고얀 놈 벼락 맞아 죽을 놈

그래도 사무사(思無邪)냐고

아직도 사무사냐고

일갈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시평]

흔히 우리는 감당이 안 되는 말이나 행동을 할 때, 벼락 맞을 소리니, 벼락 맞을 일이니, 하고 말들을 한다. 다시 말해서 벼락은 하늘이 뭔가 크게 잘못한 우리들 인간에게 내려주는 천벌과 같은 것이라고 생각을 해왔던 것이다.

갑자기 하늘이 껌껌해지더니, 쿠르릉 번쩍…… 하며 희디흰 섬광과 함께 벼락꽃이 하늘에서 번쩍인다. 이 벼락꽃을 보며, 사람들은 대부분 간담이 서늘할 정도로 놀란다. 자신이 혹은 잘못한 일이라도 있는가, 마음 한 구석이 찔리기도 한다. ‘벼락이 인간들에게 내리는 천벌’이라는 생각이 우리를 은연중에 지배하고, 또 우리는 살아가면서 자신도 모르게 무언가 잘못을 저질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시인은 하늘에서 쿠르릉 번쩍…… 하며 희디흰 섬광과 함께 치는 벼락에 온몸을 움츠리며, 숨을 곳을 찾는다. 자신이 시인이기 때문에 시를 쓴답시고, 시로서 세상을 기망한 죄가 자신에게는 있기 때문에 이 벼락에 맞아 싸다는 생각을 한다. ‘이놈 고얀 놈 벼락 맞아 죽을 놈’, 스스로 스스로에게 죄를 묻는다.

죄명은 다른 무엇도 아니다. 사악함이 없는 생각이 바로 시라는 공자님의 말씀인 ‘사무사(思無邪)’이다. 그렇다. 과연 내가 사악함이 없는 생각으로 살고, 또 시를 쓴 시인인가? 스스로에게 스스로를 물어본다. 천둥 치는 하늘 아래에서 과연 우리는 얼마나 떳떳할 수 있는가.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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