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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점 - 김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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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머무는 詩] 종점 - 김종호

종점

김종호(1939 ~  )

270번 버스는제주대학과 애월을 오가는 유일한 노선이다.정기적으로 대학병원을 찾아야 하는 내게는 고마운 일떠날 시간과 도착할 곳이 확실한 버스는 행복하다버스야 고뇌 없이 무장 달리기만 하면 그만이지만대학병원을 오가는 길에 내 인생은 끝날 것이다그 사~오십 분의 길에 내 팔십삼 년이 지나갈 것이다종점에 내려서 우두커니 하늘을 바라본다.종점이 시점이 되는 것은 참 묘하다매번 후회하는 인생, 다시 시작하면,두 번 살게 되면 후회가 없을는지종점에서는 돌아보는 길이 된다.한낮 볕이 좋더니 하늘에 별빛이 찬란하다오늘도 덤으로 받은 하루가 슬며시 간다.어디서 한 줌 바람이 따뜻하다 

[시평]

요즘은 그렇지 않지만, 예전에는 시내버스의 종점은 시골의 모습이 풍기는, 그런 변두리였다. 그런 버스종점에 내리면, 도시가 지닌 답답함으로부터 벗어나는 듯하여, 왠지 마음이 푸근해지기도 했다. 아마도 제주도의 애월은 그런대로 시골풍을 지닌 마을이리라. 이곳 애월에서 제주대학까지 가는 버스 노선은 시인이 제주대학교 대학병원을 가기 위해 자주 이용하는 버스가 다니는 노선인 모양이다.

이제 나이가 들고, 그래서 생긴 병은 일종의 노환이다. 그래서 생애가 다 하는 그날까지 지니고 함께 살아야 한다. 왠지 서글프기까지 하다. 시인을 실어 나르는 버스야 아무런 고뇌 없이 종점에서 종점으로 달리기만 하면 그만이겠지만, 어쩜 삶이란 이렇듯 대학병원이나 오가며, 그 길에서 끝날 것이라는 생각이 드니, 참으로 서글픈 일이 아닐 수 없다.

대학병원을 다녀와 애월 종점에 내려, ‘종점’이란 과연 무엇인가, 우두커니 하늘을 올려다보며 생각을 한다. 종점인 애월에서 떠나 다시 이곳으로 오듯이 인생을 두 번 다시 산다면 후회가 없을까. 덧없는 생각을 한다. 오늘이라는 삶이 있어 볕이 좋은 한낮도 만났고, 또 별빛 찬란한 밤하늘도 만난다고 생각하니, 왠지 오늘의 한 줌 바람, 더욱 따뜻하게 전신을 감싼다.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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