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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과 지느러미 - 신영배
오피니언 투고·기고

[마음이 머무는 詩] 입과 지느러미 - 신영배

입과 지느러미

신영배

입은 흔드는 것인데
그 저녁엔 입을 너무 많이 써서 가슴이 다 닳았다.
사랑하는 사람이 떠날 때
그 말은 흔들어야 했는데
보내고 
흔들리는 방
이 물속에선 지느러미를 쓴다.
 

[시평]

물속에서 사는 물고기는 지느러미를 흔들며 자신이 원하는 것으로 다가간다. 물고기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가기 위해서는 지느러미를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물고기가 그렇듯이 사람은 자신을 상대에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입으로 말을 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우리가 입으로 말을 한다는 것은 마치 물고기가 물살을 차고 앞으로 나가기 위해 지느러미를 흔드는 것과 같은 것이리라.

우리가 입으로 말을 하는 것은 다만 내 의사를 상대에게 전달하는 것만은 아니다. 내 말이 상대에게 도달해 상대를 흔들어놓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만이 내가 말을 하는, 그 효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입으로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흔들어야 하는데, 그저 말만 많이 해서, 그만 입을 너무 많이 써서 가슴이 다 닳아버렸다. 생각하면 안타깝지 않을 수 없다.

아무러한 것도 이루지 못하고 다만 사랑하는 사람을 보내버린 저녁, 그렇게 보내버린 저녁, 보내버리고 혼자 흔들리는 방. 텅 빈 가슴 같은 빈 방. 스스로 되뇐다. 이 사랑의 물살에서는 지느러미를 잘 써야 하는데, 그래야 만이 저 사랑하는 사람의 곁으로 갈 수 있는데. 그래서 사랑하는 사람을 흔들 수가 있는데. 그만 입만 많이 썼구나. 그저 입만 쓰는 말만을 쏟아냈구나. 그래서 지금 이렇듯 텅 빈 가슴만 흔들리고 있구나.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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