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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통장 - 임혁희
오피니언 투고·기고

[마음이 머무는 詩] 할머니 통장 - 임혁희

할머니 통장

임혁희

땀으로 얼룩진 할머니 통장

콩 두 말
참깨 서 되
고추 스무 근
고구마 다섯 포대

가을 햇살 켜켜이 쌓여가네
 

 

[시평]

가을이 이제 머잖아 한 발 성큼 다가설게다. 여름내 뜨거운 태양 아래 김을 매며, 힘들게 지은 농사로, 풍성히 수확한 열매들이, 곡식들이 참으로 보기 좋게 수확되는 계절, 가을이 멀지 않았다. 시골 텃밭에서 농사를 지은 할머니, 할아버지들께서 농산물을 수확하면서 마음이 흐뭇해지신다. 비록 농사를 짓느냐고 힘은 들었어도, 도시에 나가 사는 자손들에게 이 알토랑 같은 농산물을 줄 생각하면, 절로 웃음이 나온다.

가을 수확 농산물은 할머니의 튼실한 통장이다. 콩 두 말, 참깨 서 되, 고추 스무 근, 고구마 다섯 포대. 비록 많은 양은 아니지만, 이것이야 말로 정말 땀으로 얼룩진 튼실한 통장 아니겠는가. 멀지 않은 추석이면 찾아올 아들이며, 딸이며,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손주새끼들, 이들 자손들에게 안겨줄 농산물들이, 할머니 통장에 담겨져 있으니 얼마나 마음이 흐뭇하겠는가.

하루가 다르게 날씨가 아침저녁으로 서늘해진다. 어디 기온뿐이겠는가. 하루가 다르게 햇살이 가벼워지고 따끈따끈해진다. 여름의 무거운 기운은 모두 빼버리고 진정 햇살만 남은, 그래서 가벼워진 따끈한 햇살. 그 가을햇살 속, 할머니의 통장은 켜켜이 쌓여만 간다.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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