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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심 - 한경옥
오피니언 투고·기고

[마음이 머무는 詩] 욕심 - 한경옥

욕심

한경옥

서두르지 마라

일찍 핀 꽃은
다른 꽃이 피기도 전에 진다.
불꽃은 활활 타오를수록
더 빨리 사그라진다.
올라간 만큼
박살나는 능금을 보라.
가을 들판에 고만고만하게
키를 맞춘 벼들은 
태풍 앞에서도 의연하다.

너무 앞서 나가지 마라.

 

[시평]

잘 아는 일이겠지만, 한자어인 ‘욕(慾)’과 ‘욕(欲)’은 그 음도 같고, 글자의 모양도 매우 흡사하다. 그렇지만 그 의미하는 바는 다르다. ‘욕(欲)’은 모든 존재가 가지고 있는 가장 기본적인 욕구를 말한다. 예를 들어 ‘살고 싶다’라든가. ‘배고파 밥 먹고 싶다’라든가 하는 근본적인 욕구를 말한다. 이에 비해 ‘욕(慾)’은 근본적인 욕구를 지나, 그 욕구 이상의 욕심을 표현할 때 쓰는 한자어이다.

시골에 살다보니, 고양이 등을 집에서 사료를 주며 키운다. 아침과 저녁이면 여지없이 앵 앵 거리며 밥을 달라고 조른다. 그러나 일정량이 넘게 주면, 그 사료를 여지없이 남긴다. 다른 고양이가 먹어도 상관하지 않는다. 고양이를 통해 알게 된 일이지만, 짐승들에게는 ‘욕(欲)’은 있으나, ‘욕(慾)’은 없는 듯하다. 이런 면이 인간과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인간은 바로 자신이 지닌 ‘욕(慾)’ 때문에, 자신의 필요 이상을 더 가지려고 하므로, 결국에는 싸움을 하고 갈등을 일으키곤 한다. 멈출 줄 모르는 ‘욕(慾)’을 스스로 자제하지 못함이 인간이다. 그래서 시인은 ‘서두르지 마라’고 한다. 다른 벼들과 함께 하는 ‘가을 들판에 고만고만하게 키를 맞춘 벼들은’ 무서운 ‘태풍 앞에서도 의연’하게 대처를 한다. 그래서 시인은 ‘너무 앞서 나가지 마라’고 경고한다. ‘욕(慾)’이 아닌, ‘욕(欲)’에 의한 삶을 살라는 이야기이다. 그렇다. 이와 같은 면에서 시인은 때때로 인생의 교사가 되기도 한다.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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