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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 캔버스에 덩어리진 생명력을… 김석영 작가
문화 공연·전시 인터뷰

[인터뷰] 보라, 캔버스에 덩어리진 생명력을… 김석영 작가

▲ (제공: 김석영 작가)

낙태과정 중 칠삭둥이로 태어나
죽음 가까운 경험 무의식에 영향
생명·에너지에 관한 작업 이어와

“백색·난색조만 한국의 색 아냐
삼국시대부터 화려한 색 사용
우리 색감 세계에 알리고 싶다”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무의식과 우연이라는 광활한 바다에서 건져 올리는 이 싱싱한 만남들과 서로 다른 이미지나 정신 또는 문화가 만나서 이루는 이 불협화음은 다시 새로운 화음의 단초가 되며 무한의 바다에 도전하는 인간 정신에 바치는 나의 오마주다.’ -김석영 작가의 작업노트 中-

역동적이고 활기차다. 한 획, 한 획 거침이 없어 시원하다. 김석영 작가의 그림은 이처럼 강렬한 첫인상을 남긴다. 그의 그림은 화려하지만 때로는 아픔이 묻어나 있다. 김 작가는 2013년 갤러리 두 소속으로 서울 오픈아트페어에서 열광적 반응을 보였고 지난해 4월 부산의 갤러리 마레 소속으로 참가한 부산 국제화랑 아트페어까지 4연속 솔드아웃(전량판매)을 기록했다.

짧은 시간에 대중적 인지도를 빠르게 확보한 그의 그림에는 무엇이 담겨 있을까.

“‘노인이 죽으면 도서관 하나가 불타는 것이다’라는 아프리카 속담처럼 각자의 경험은 중요하죠. 지나온 세월 속 지혜와 아픔, 기쁨을 그림으로 그리거나, 음악으로 표현하거나, 글을 쓸 때 진실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잘살고 열심히 진실하게 살아야 좋은 작업이 나올 수 있으니까요.”

최근 서울시 용산구 카라스갤러리(관장 배카라)에서 만난 김석영 작가는 차분하지만 단호한 말투로 인터뷰에 응했다. 김 작가는 지난해 10월 8일부터 11월 20일까지 카라스갤러리에서 개인전 ‘더 피닉스(The Phoenix)’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바 있다.

전시회 주제는 불사조, 봉황을 뜻하는 ‘피닉스’다. 피닉스는 아라비아 사막에서 살며 500~600년 마다 스스로 몸을 불태워 죽고 그 재 속에서 부활한다는 전설의 새다.

생명, 에너지를 주제로 그림을 그려온 그는 지난 2014년 4월 세월호 사건이 발생한 이후 많은 아이들이 죽는 것을 무기력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안타까운 심정을 담아 아이들이 다시 살아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작품을 완성했다.

김 작가는 “(2014년) 4월 이후 어둡고, 괴롭고, 힘든 마음이 작품에 투영되다 보니 (그들이) 다시 돌아왔으면 하는 마음에서 그림을 그렸다”며 “푸른 영혼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고 불꽃으로 피어나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숲, 꽃, 나무 등을 주로 그린다. 사람도 생명을 담고 있는 여자 등 에너지 있는 대상을 그리는 것을 좋아한다. 그가 이렇게 생명, 에너지에 집중하는 이유는 그의 삶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10남매 중에 막내 칠삭둥이 조산으로 제가 태어났어요. 아이를 지우려고 약을 먹었다가 태어난 경우죠. 최근에 알게 돼 충격이 컸죠. 죽음과 밀접했던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생명이나 에너지에 대한 다른 작업을 무의식적으로 하고 있었어요.”

김 작가는 물감을 덩어리째 바르는 두터운 마티에르(재료, 질감)와 원색들을 캔버스위에서 직접 섞어서 만드는 작업을 통해 그만의 거칠고 강렬한 표현주의적 기법을 구사한다. 그는 주로 색동이나, 단청, 오방색 등 화려한 색감을 굵직하게 그려 낸다.

그는 “일반적으로 백의민족, 난색조(연한 회색에서 검은 갈색), 단색화 등을 한국의 색이라고 이야기하는 데 꼭 그런 것만 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을 했다”며 “벽화를 보면 삼국시대 그 이전부터도 화려한 색을 활용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옛날 복식 문양과 장식, 베갯모, 돌담 등을 보면 여러 가지 단청 색감을 원색적으로 사용했다”며 “서양처럼 그러데이션을 거쳐 순화된 색을 쓰는 게 아니라 원색을 그대로 변치 시켰다. 그것 때문에 더 싱싱하고, 신비롭고, 기운차다. 그런 한국의 색과 아름다움을 세계시장에 알리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미를 드러내서인지 그의 작품은 외국에서 인기를 끌었다. 특히 지난 인사동 전시에선 중국 대기업 회장이 대작 여러 점을 구매해 갔다. 김 작가는 “중국이랑 코드가 맞는 부분이 있지 않나 싶다. 중국에선 주나라의 목왕이 서왕모를 찾아갈 때 몰고 갔다는 8필의 명마를 그린 그림을 팔마도라고 한다”며 “여기에 말의 생동감 넘치는 기운은 기업이나 집안에 복을 불러온다는 의미를 지닌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역사를 공부해서 말을 그린 건 아니다. 말과 관련된 사실을 알게 돼 공부하기도 했다”며 “복이 있다는 이야길 들으니 기분이 좋았다”고 덧붙였다.

“내가 살아야 남을 살릴 수 있고, 내가 기쁜 그림을 그려야 나를 기쁘게 할 수 있죠. 힘든 시기에 그림을 그리면서 이겨내 살아갈 수 있었어요. 나를 살리기 위해서 그린 그림이 결국 다른 사람이 보기에도 에너지 생명력을 느낄 수 있지 않았을까 싶네요.”

그는 올해 해외전시를 계획하고 있다. 한국의 색감과 아름다움을 세계에 알리고 싶다는 그의 포부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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